【 베체트 병(Behcet's Disease) 】 

● 관련상식
  ▶ 만성피로증후군

입안이 유난히 자주 헐거나 부르트는 사람들. 지금까지는 ‘피곤해서 그러려니’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겠지만, 혹시 베체트 병이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잦은 구강궤양에 성기궤양 나아가 눈의 염증까지 겹친다면 베체트 병이 더욱 확실해지므로, 반드시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아야 합니다.

▶ 베체트 병이란?

베체트 병이란 구강궤양, 성기궤양, 눈의 염증 및 피부 병변을 주증상으로 하는 일련의 증후군으로 ‘안․구․생식기 증후군’ 또는 ‘피부․점막․안 증후군’이라고도 합니다. 이 병은 1937년 터키의 피부과 의사인 훌루시 베체트(Hulusi Behcet)가 의학학술지에 입안과 생식기 주변의 궤양과 눈의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환자를 보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으며, 그의 이름을 따서 베체트 병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베체트 병은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레바논 등 지중해 연안국과 중동지역 및 한국, 일본, 중국 등 극동지방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이는 과거 동서교역의 통로였던 비단길을 따른 분포이므로 일명 비단길병이라고도 불립니다.

전세계적으로 터키에 환자가 가장 많으며, 국내의 경우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가 약5만 명 정도가 됩니다. 연령별로 보면 20~50세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하며, 남녀 비율은 거의 비슷하나 남성이 좀 더 증상이 심각한 경우가 많습니다.

▶ 베체트 병의 원인

베체트 병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다만 일부 지방에서 많이 발생하는 지역적 분포로 미루어 보아 유전적 인종학적 소인이 있는 사람이 생활환경, 음식, 바이러스 감염, 알레르기 등에 의해 면역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 베체트 병의 증상

베체트 병의 가장 초기 증상은 구강궤양으로, 모든 환자에서 관찰됩니다. 피로할 때 입 속이 헐고 부르트는 등 누구나 경험해 본 흔한 증상으로 병이 시작되기 때문에 조기진단의 어려움이 있으며, 더구나 일반인은 이 병에 대한 인식이 낮아서 병을 키우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구강궤양과 함께 생식기궤양, 피부염이나 피부 결절, 눈의 염증이 주된 증상입니다. 그 외 관절염, 소화기 증상, 혈관염 등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주증상]

구강궤양	 구강, 혀, 인두 등 입안 어느 곳이나 궤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초기에는 작은 돌기로 시작하여 점차 커지면서 점막이 파이며, 궤양 바닥에 하얗거나 누런 막이 형성되며, 몹시 아픕니다. 궤양 크기는 보통 1㎝ 이내이며 두세 개 정도에서 많게는 10개 이상도 관찰됩니다. 1~2주가 지나면 없어졌다가 수주일~수개월 후 재발합니다.  보통 과로, 긴장, 불면, 감기 등으로 악화되거나 재발됩니다.
생식기궤양	 환자의 약 80%에서 구강궤양과 비슷한 궤양이 반복하여 발생합니다.  남성은 음낭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음경과 귀두에도 발생합니다.  여성은 외음부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질이나 자궁경부에 생기기도 합니다. 보통 생리 직전에 악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 드물게 항문 주위에서도 발생합니다.
피부병변	 가장 흔한 피부병변은 홍반성 결절로, 주로 무릎 아래에 1~2㎝ 크기의 붉은 색의 작은 덩어리가 피부 아래에 발생하여 통증을 일으킵니다. 며칠 후 갈색이 되면서 부기와 통증이 없어집니다.  여드름과 같은 피부염이 얼굴과 상체에 발생하고, 작은 고름이 잡히기도 합니다.
눈 증상	 눈의 통증, 눈부심, 눈물, 발적, 시력저하가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눈의 증상은 환자의 약 50%에서 발생하며, 일본에서 성인 시력상실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합니다. 안구의 포도막 앞쪽에 염증이 발생하는 전방포도막염은 발적, 통증이 심하고 후유증으로 백내장과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으나, 시력장애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 안구의 포도막 뒤쪽에 염증이 발생하는 후방포도막염은 망막출혈, 망막삼출, 망막경색이 발생하여 시력저하가 오며, 합병증으로 시신경 위축으로 인해 실명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부증상]

관절 증상	 환자의 50%에서 발생하며, 관절이 반복하여 붓고 아프지만 류마티스 관절염과는 달리 관절변형은 없습니다.  무릎 관절이 흔히 침범되나, 손목, 팔꿈치, 발목의 관절도 침범합니다.
소화기계	 소장의 끝과 대장이 시작되는 부위에 궤양이 발생하여, 우하복부(右下腹部)에 통증이 발생하며 장출혈로 대변이 검게 나오기도 하며, 심하면 장에 구멍이 뚫리는 위험한 상황도 발생합니다.
혈관염	 환자의 약25%에서 발생하는데 남성에게 많으며, 정맥염이 동맥염보다 자주 발생합니다. 혈관에 염증이 생기면 혈관벽이 두꺼워지고, 혈전(피떡)이 생겨 혈관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흔히 종아리에 발생하여 종아리가 붓고 통증이 발생하며, 심한 경우 복부의 굵은 대정맥이 막히기도 합니다.
신경정신증상	 약 5%의 환자에서 나타납니다. 가장 흔한 초기 증세는 심한 두통이며 마비, 보행장애, 감각장애, 구음장애, 현기증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하면 치매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정신적으로 우울감, 불안, 불면, 건강염려 및 흥미결여 등의 증상을 보입니다.

▶ 베체트 병의 예후

베체트 병은 증상이 계속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재발과 회복이 반복되는 것이 양상을 보입니다. 구강궤양이 생기면 맵거나 짠 음식을 먹을 때 고통스럽고 심하면 음식을 삼키기 힘들어 영양장애를 유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일상생활에 큰 지장 없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약 10년 이상이 지나면 증상이 점차 완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눈에 포도막염이 생기면 환자의 약 20%는 실명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이 병으로 사망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드물게 동맥류 파열, 위장관 천공, 뇌 증상 등으로 사망할 수도 있으니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합니다.

▶ 베체트 병의 진단

베체트 병은 발병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아,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이 정확한 수치로 진단 내릴 수 있는 검사법이 아직은 없습니다. 따라서 환자의 증상과 진찰 소견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진단기준에 부합될 경우 베체트 병으로 진단을 내립니다.

베체트 병 진단기준 국제 베체트 병 연구회. 1990년.

[1과 함께 2번 조건에 맞으면 베체트 병으로 진단.] 1. 재발성 구강 궤양 2. 아래 4가지 병변 중 2가지 이상이 발생 ① 재발성 생식기 궤양 ② 안 질환 : 전방포도막염, 후방포도막염, 초자체에 세포관찰, 망막 혈관염 ③ 피부 질환 : 결절성 홍반, 구진농포, 가성 모낭염, 여드름과 같은 결절 ④ 이상 과민 검사 양성 : 팔 내측에 생리식염수를 주입하고 48시간 후, 주사부위에 농포가 생기면 양성이다.

▶ 베체트 병의 예방과 관리

1.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베체트 병의 악화요인은 긴장, 과로, 스트레스입니다. 따라서 평소 입안이 자주 허는 사람들은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하도록 하며, 더불어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도록 합니다.

2. 술, 담배를 끊어라.

혈액을 탁하게 만드는 주요원인은 술과 담배입니다. 지나친 음주는 간을 손상시켜 간의 혈액 해독 기능을 떨어뜨리게 하며, 담배는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액 속에 니코틴, 일산화탄소, 타르 등 나쁜 물질이 쌓이게 합니다. 그 결과 술과 담배를 많이 하는 사람은 혈액이 탁해져 바이러스나 세균에 쉽게 감염이 되고, 피부에 상처가 생겨도 치유가 잘 되지 않습니다. 특히 입안에 궤양이 있을 때 흡연을 하면, 궤양이 더욱 악화되므로 절대 금연하도록 합니다.

3.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마라.

단단하고 맵고 짠 음식은 입안의 궤양을 자극하여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부드럽고 담백한 음식을 먹도록 합니다.

4.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한다.

베체트 병에 걸리면 피부, 점막 어디에든 궤양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몸에 상처가 생기거나 감염이 되지 않도록 깨끗이 하도록 합니다. 외출 후에는 항상 부드러운 칫솔로 양치를 하며, 깨끗하게 샤워를 하도록 합니다.

5. 성기에 궤양이 생겼을 때는 성관계를 피하라.

베체트 병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성관계로 인해 궤양이 악화되거나 2차 감염이 우려되므로 궤양이 있을 때는 성관계를 피하도록 합니다.

6. 궤양부위를 생리식염수로 씻어라.

궤양부위는 비누로 씻지 말고, 뜨거운 물에 소금을 약간 녹인 소금물이나 생리식염수로 씻어주도록 합니다. 외음부는 한약재인 고삼, 사상자 40g 달인 물(3~4일 분량)로 씻어주는 것이 더욱 좋습니다. 

7.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과 야채를 먹는다.

비타민 C는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주고, 혈관벽을 튼튼하게 하여 궤양과 출혈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 궤양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 베체트 병의 양방치료

베체트 병의 치료는 궤양 부위에 스테로이드 크림을 바르며, 콜키신과 스테로이드, 면역 억제제 등의 약물을 복용합니다. 콜키신은 베체트 병 치료의 1차 약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백혈구의 효소 분비를 억제하여 급성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습니다. 베체트 병 치료에는 저용량의 콜키신을 사용하지만 간혹 구역질, 구토, 설사 등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스테로이드를 많이 사용했지만 부작용이 심하여 근래에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약들로 호전이 안 될 경우에는 최후의 수단으로 면역억제제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베체트 병은 면역기능이 비정상적으로 활발히 작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면역기능을 억제시키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면역 억제제는 골수기능을 억제시켜 혈액을 충분히 생산시키지 못하고 감염성 질환에 걸리기도 쉬우므로, 정기적으로 혈액검사, 간기능검사, 소변검사를 하면서 사용해야 합니다.

▶ 한의학에서 보는 베체트 병과 치료법

베체트 병은 한의학의 호혹(狐惑), 음식창(陰蝕瘡), 묘안창(猫眼瘡) 등과 비슷합니다. 음식창(陰蝕瘡)은 생식기 궤양이고 묘안창(猫眼瘡)은 눈의 염증이며, 호혹(狐惑)은 구강 인후부 궤양과 항문 음부 궤양을 포함한 것으로 베체트 병과 가장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이 병은 중병을 앓고 난 뒤에 장위(腸胃)가 허해졌기 때문에 충(虫)이 먹을 것을 찾아 오장을 파먹은 것이다. 목안이 헌 것은 혹(惑)이고, 항문과 외음부가 헌 것은 호(狐)라고 한다.’고 하였습니다. 충(虫)이란 요즘 말하는 바이러스나 세균을 의미하는 것으로, 중병을 앓고 나서 또는 과로나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타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범하여 감염을 일으킨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치료는 혈액의 면역기능을 높여주는 사물탕(당귀, 천궁, 작약, 숙지황)과 감염으로 인해 탁해진 혈액을 해독․소염 시키는 황련해독탕(황금, 황련, 황백, 치자)을 합방한 해독사물탕(解毒四物湯)을 기본으로 하여 처방합니다. 해독사물탕은 일명 온청음(溫淸飮)이라고도 합니다.

만약 구강과 음부 궤양이 심할 때는 온청음 합 십미패독산(十味敗毒散)을, 눈에 이상이 심할 때는 온청음 합 세간명목탕(洗肝明目湯)을, 류머티스 관절염이 심할 때는 온청음 합 계지이월비일탕(桂枝二越婢一湯)을 처방합니다.

♧ 온청음 ♧

당귀, 천궁, 작약, 생건지황, 황련, 황금, 황백, 치자 각4g

♧ 온청음 합 십미패독산 ♧

당귀, 천궁, 작약, 생건지황, 황련, 황금, 황백, 치자 각4g, 시호, 길경, 방풍, 복령 각6g, 독활, 형개, 연교, 감초 각4g, 생강 5조각

♧ 온청음 합 계지이월비일탕 ♧]

당귀, 천궁, 작약, 생건지황, 황련, 황금, 황백, 치자 각4g, 계지, 마황, 감초 각4g, 생강 7g, 대추 5g, 석고 4g

♧ 온청음 합 세간명목탕 ♧

당귀, 천궁, 작약, 생건지황, 황련, 황금, 황백, 치자 각4g, 석고, 연교, 방풍, 형개, 박하, 만형자, 강활, 백질려, 감국, 초결명, 길경, 감초 각2g